[고전] 이무기와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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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이무기와 교장

시치왕 25 174 0

3월 봄날 도시 외곽의 초등학교.
삼십대 초반의 남자가 이곳에 교장으로 부임해왔다.
사실 그라면 교육청에서 높은 자리에 앉을 수 있을 텐데 경력의 문제로 교장직을 수행해야해 결국 빈자리를 찾다가 결국 외지고 작은 이 초등학교에 부임해야 했다.
학교가 있는 곳은 도시라기보다 촌에 가까웠지만...

-맡게 된 거 열심히 해보자고.

젊은 교장은 처음 온 학교의 교문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 달여 후.
그가 처음왔을땐 학생들이나 선생들에게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젊은 교장이 이런 외진 곳에 부임했다는 건 경력을 쌓아서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것이라고 다들 생각해서 학교일에 그다지 적극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교장으로서 그의 능력이나 인품은 훌륭했다.
거기다 자신의 돈을 보태서 학교에 여러 시설을 건립해 학교 선생들과 직원들, 학생들, 마을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는 교장실에 들어가기 전 교무실에서 서류를 가지러 들어갔는데 분위기가 이상해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교무실에 소곤소곤 퍼지고 있는 이번 달 소풍에 대한 교사들의 얘기가 그의 귀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소풍은 무리겠지요?"
"제가 이곳에 부임한지 오년쯤 되었지만 매년 소풍 때만 되면 목적지에 비나 소나기가 내리더군요. 수학여행도 마찬가지구요. 이건 다 이무기의 소행이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게 맞나봐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도 박물관으로 가자고 건의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올해부터는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괜히 그런 얘기 한 게 아닌데... 갓 부임하셔서 이런 사정을 모르시니. 어이쿠."

푸념을 하던 선생의 옆에는 교장이 다가와 며칠 전에 완공된 작은 약수터를 바라보며 그에게 말했다.

"선생님. 다신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하긴 설마 그런 우연이 연속하지 않겠지요. 허허허허."
"저 약수터가 있던 자리에 이무기가 산다는 작은 연못이 있었는데 이 학교를 설립하면서 연못을 메워서 이무기가 학교에 저주를 내렸다는데 말입니다. 뭐, 미신이겠지요."
"진짜 이무기가 있다면 섭섭하겠습니다. 선생님."

교장은 안경을 손으로 고쳐 세우며 몇 주 전에 만났던 소녀를 떠올렸다.

...

교장이 부임한지 이주일 쯤.
교장은 돈을 아끼려 학교 건물 내에 창고로 쓰던 교실을 정리하고 그 곳을 집으로 삼았다.
그래서 수위나 당직 교사와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학생들이 없는 방과 후 학교를 순찰하기도 하였다.
그 와중에 수위에게 들은 이무기 전설.
교장은 여느 학교에나 다 있는 학교괴담이거니 하면서 그리 귀담아 듣지 않았지만 오늘은 그 얘기의 대상을 실제로 접하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급식실 옆을 지나가던 교장은 신비한 소녀를 보게 되었다.
카레향이 물씬 풍기는 급식실안을 바라보는 고풍스런 푸른 비단옷을 입은 귀여운 소녀.
그 소녀의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교장의 귓가까지 들렸다.

"맛있겠다아..."

소녀의 외관으로 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인 나이인데도 이곳 학생의 얼굴이 대부분 낯이 익은 그에게는 처음 보는 그녀가 이 학교 학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카레 먹고 싶니?"
"핫!?"

교장을 본 소녀는 깜짝 놀라 당장 도망칠 듯한 기색을 보였지만 카레라는 단어에 심하게 반응한 탓인지 굳은 체 고민하고 있었다.

"카레 맛있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교장이 말했다.
흠칫하고 굳었던 소녀가 움찔했다.

"카레 먹을래?"

다시 움찔하는 소녀.
결국 소녀는 이마에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말했다.

"저--정말? 줄 거야?"
"응. 줄께."
"응!!"
"따라오렴."

소녀는 교장을 따라서 급식소 안으로 들어갔다.
급식실은 곧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라 학생들은 아무도 없고 주방 아주머니들이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도 마침 카레가 먹고 싶었던지라 소녀의 것과 자신의 것도 주방 아주머니에게 부탁했다.

"--- 제 것까지 포함해서 부탁드려요."
"어머나. 귀여운 아이네. 이 학교 아이는 아닌 것 같은데..."

아주머니는 희한한 옷을 입은 소녀가 이 근처 아이가 아니라서 누군지 궁금했지만 교장이 데리고 온 아이라 그냥 카레를 주기로 했다.

"오옷!!"

소녀는 카레를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교장도 카레를 먹다가 몇 번이나 소녀가 체할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소녀의 식성으로 보아선 걱정을 말았다.

"저기... 한 그릇 더 부탁해도 될까?"
"한 그릇 더 주시겠어요?"
"어이구. 애가 잘 먹네요. 근데 선생님 아이예요?"
"아뇨. 아직 결혼도 못한걸요."
"빨리 결혼하셔야 할 텐데요. 어때요? 좋은 동네 아이 하나 소개시켜 드려요?"

주방 아주머니는 노총각인 교장이 걱정되었다.
처음엔 그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그다지 좋지 않게 보았으나 몇 번 만나보니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해 그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동네 여성과 결혼시켜서 아예 이 학교 교장으로 고정시키려는 생각이었다.

"한 그릇 더!"

소녀가 두 그릇이나 해치운 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한 그릇 더라고 하자 교장과 아주머니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소녀를 바라보았다.
작은 몸에 엄청난 식사량이라니...
그 뒤 남은 카레가 동이 날 때까지 소녀는 끝을 보았다.

"후아. 정말 맛있었어. 고마워."
"잘 먹었습니다."
"어머어머. 몸에 비해서 많이 먹는구나."

아주머니에게 오늘의 수다거리를 하나 만든 소녀는 교장과 함께 급식소를 나갔다.
교장은 소녀의 정체가 궁금했다.
소녀는 복장도 그렇고 많은 양을 먹었는데도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었다.

"후아--- 이걸로 이주일은 버티겠다. 덕분에 오랜만에 잘 먹었어. 교장."
"그런데 넌 집은 어디니? 친척집에 놀러온거야?"

교장은 일단 소녀의 정체가 궁금했다.
반말쓰는거야 소녀의 나이때 자주 있는 일이니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보기 드문 고풍스러운 비단옷을 입고 있는 소녀가 정체가 궁금했다.

"내 집은 지금 이 학교가 덮어버렸어... 그래서 난 요 앞 개울가로 집을 옮겼지... 그래서 말인데. 교장은 이 학교에서 제일 높은 사람이지? 응?"
"으응..."

교장은 소녀의 말이 이상하게 들렸지만 역시 소녀의 나이 또래 아이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생각해 가볍게 들어주고 있었다.

"부탁이 있는데 따라와봐."

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아직 시간이 널널하다고 판단해 소녀와 놀아주기로 했다.
소녀는 학교의 뒤뜰로 가면서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며 교장이 따라오는지 확인했다.
교장은 손을 흔들어 도망 안가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소녀는 물에 젖어 촉촉한 땅을 가리켰다.
그 곳은 교장에게 수위가 전에 얘기한 이무기가 있었다는 못을 메운 자리였다.
못을 메워서인지 언제나 물기가 촉촉이 젖어있어서 동내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기는 곳이라고...

"여기 밑에 있는 물을 빼낼 수 있는 그... 수도꼭지를 만들어줘."
"후후후. 만들어주면 뭘 해줄 건데?"
"음---. 소풍마다 비를 내리게 만든걸 그만둘게."

교장은 결국 소녀가 장난을 치고있다고 생각하고 자신도 장난에 맞춰주기로 했다.

"그걸 로는 내가 손해인 것 같은데. 다른 거는 없어?"
"치이. 그럼 원하는 게 뭐야?"
"그야 너 같이 귀여운 아이가 매일 나랑 놀아주면 재밌을 것 같은데."
"핫!?"

교장의 말에 소녀는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였다.

-귀엽다니... 귀엽다니...

눈을 감은 소녀는 교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녀는 교장의 말을 고백 비슷하게 받아들인 관계로 떠오른 교장의 얼굴이 왠지 엄청 미화가 되었지만 혼란에 빠진 소녀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한편 교장은 소녀의 상태가 걱정되어 무릎을 굽히고 앉아 소녀를 올라다 보았다.

"얘야, 괜찮니?"
"우웃!! 괘..괜찮다구... 흠흠... 그..그리구 말야. 나랑 매일 같이 논다면 맛있는 거 많이 줘야해. 그리구 4월 8일 날 소풍가는데 같이 데려가준다면 못놀아줄것도 없지."

25 Comments
탹재훈 05.27 16:06  
아~~길다 ..
수리남 05.27 16:10  

줄거리 요약 좀 ㅋㅋㅋㅋㅋㅋ

동무이 05.27 18:35  

진짜 고전글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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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 05.27 18:42  
너무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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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진 05.27 18:54  

고전이군

커피프린스 05.27 19:04  

고전이군요 

좋은날 05.28 01:49  
ㅎ 기네요
보보스11 05.28 07:48  

너무길어영 ㅋㅋㅋ

배당의민구 05.28 10:04  

넘길어서 패스

바코대 05.28 13:41  

고전인가여


코니 05.29 01:29  

고전인가여 ㅎㅎ

시레기 05.29 08:45  
흐음 그렇군요
하늘바람 05.29 10:10  

잘보고갑니다 ㅎㅎ

♡우빈♡ 05.29 12:56  
넘깁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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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 05.29 14:27  

잘보고갑니다 

끝까지 05.29 18:26  
잘보고가요
비니용 05.29 18:39  
너무.
길어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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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나인 05.29 18:55  
길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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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알 05.29 19:37  

잘보고가요 

배당의민구 05.29 20:10  
패스
아리스미 05.29 21:10  

ㅋㅋㅋㅋ 장문이네요

블레스미 05.29 22:13  

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해물파전 05.29 23:40  
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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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슐리 05.30 14:23  
잘보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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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05.30 14:38  

장문이네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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