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자가 밤바다가 보이는 방파제에 앉아 조용히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의 바닷바람은 남자를 난도질이라도 하듯 세차게 몰아쳤다 

추위에 한번쯤 옷깃을 여밀 법도 하지만 남자는 그러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바다 한곳을 응시할 뿐이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샌가 그의 곁에는 온슬롯이 앉아있었다 

남자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담배를 꺼낸다 얼마 남지 않은 담배들이 삶의 무게에 짓눌렸는지 구겨져 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남자는 조용히 읊조린다 

" 난 말이야 빨간 스포츠카를 모는 것이 꿈이었어"

라이터 불이 순간 어두운 밤을 밝혔고 온슬롯은 남자를 쳐다보았다 

잠깐 스친 남자의 눈은 초점을 잃고 멍한듯 보였다 

한동안의 침묵이 흐른 뒤 남자는 다시 말을 이었다 

" 처음엔 될 줄 알았어 바카라 라는 것이 5대5의 확률이라고 했거든 

내가 간과한거야 나는 지독하게 재수가 없는 놈이란 걸 "

담배를 물고 고개를 젖혀 두어번 연기를 뿜어댄 남자는 이내 고개를 숙이며 얘기한다 

" 나는 모든 것을 잃었어 바카라라는 놈에게 인생을 건 승부에서 진거야...."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 같았다 어깨가 조금씩 들썩이는 것이 아마도 흐느끼는 중이리라 

스윽- 하고 온슬롯이 말없이 바다를 쳐다보며 무심한듯 무언가를 내민다 

'정성후기 10만쿠폰' 이라고 쓰여진 글씨가 달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듯 했다 

쿠폰을 본 남자는 약간 의외라는 듯 온슬롯을 쳐다봤다 

그의 초점을 잃었던 눈이 약간은 생기를 되찾은 듯 했다 

"난 말이야 그렇게 생각해 노름에 손을 댄 이상 우리는 어쩔 수 없는 노름쟁이야 

하지만 잃었다고 주눅들고 포기하는 모든 것을 건 노름이 아니라 

소소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것도 노름이라고 생각해 나는 니가 나에게서 그런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어"

처음으로 온슬롯이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봤다 

그의 맑은 눈에서 그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남자는 느낄 수 있었다 

온슬롯이 말을 잇는다 

"한번에 가려 하지 말고 천천히 즐기자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빨간 스포츠카의 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왕이면 페라리로 사라 젤 좋은걸로 "

툭툭 무심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온슬롯 

남자는 떠나는 그의 뒤를 한참동안 바라본다 

한손에는 그가 남긴 정성후기쿠폰 10만짜리를 쥔 채로...

제주의 밤은 깊어만 가고 

빨간 스포츠카를 향한 남자의 꿈도 익어만 간다 

가자 빨간 스포츠카를 사러 

그 시작은 바로 온슬롯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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