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는 생바를 뒤로한 채 좀 놀겠습니다~
오늘 점심때 아는 동생 녀석한테 갑자기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밝은 목소리로... 날을 잡았으니 참석해 달라고.....
무조건 참석한다고 저도 밝게 답해주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뭔가 가슴이 뭉클하고.... 자식은 없어서 모르겠지만... 자기 자식이 결혼할 때 느끼는 그런 감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이 동생은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거나 학연 지연이 있는 동생이 아닙니다.
몇 년 전 도박 관련 커뮤니티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만나다 보니 인성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이 동생한테 정이 많이 갔었습니다.
살고 있는 도시가 달라 서로 거리는 좀 있었지만 나름 자주 어울렸었고 만나서 술 마시면서 속마음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했고 서로 부둥켜안으며 같이 울기도 했었던 사이입니다.
지금도 연락하고 살고 있긴 하지만.... 일반인 생활로 돌아갔기에 예전처럼 자주 보기는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동생 녀석이 저와 같이 활동했었던 커뮤니티(지금은 폐쇄)를 탈퇴하면서 남긴 글을 올려 봅니다.
아.......................
글 쓰려다 보니 갑자기 이게 생각이 나네요.....
예전에 강원랜드 원정을 같이 갔었을 당시에 이 동생과의 이런 쓸데없는 대화를 한 기억이 납니다.
동생 : "형. 나 빚 다 청산하고 이 생활 접을 거야. 그리고 마음잡고 열심히 일해서 좋은 여자 만나 결혼할 거야!!"
나 : "응, 당연히 그래야지~~! 넌 할 수 있어"
동생 : "형, 그럼 그때 결혼식장에 올 거지?"
나 : "당연히 네 결혼식인데 가야지."
동생 : "그래그래~ 형은 그냥 와서 밥만 먹고 가도 되니까 봉투 없이 와~"
나 : "그게 무슨 섭섭한 말이야?? 네가 결혼하는데 형이 돼가지고 최소 500만 원은 해야지!!"
동생 : "에이~ 뭐라는거야ㅎㅎ 뭐.... 빈말이라도 듣기는 좋네"
하.... 축의금은 얼마를 해야 할까요...?
이 녀석이 이걸 기억할까요?
일단 관계상 100만 원 이상은 해야 하는 분위기긴 한데... ㅋㅋㅋ
------------- 내 용 ----------------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정말 그동안 너무 많은 분들의 쪽지와 연락으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 조언에 많은 도움을 얻었다는 분들 그리고 너무 힘든데 같이 게임을 하러 가자시는 분들...
일일이 다 답변을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저는 원칙적으로 단도가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예전에 형님들하고 술마실때 말씀드렸듯이 저질러 놓은 일이 있어서 정말 그것을 해결할 수밖에 없는 절실한 마음이었기에 카지노에 뛰어들었고 너무나도 괴롭고 절실했기에 나와 같은 사람들이 분명 한둘이 아닐 텐데 어떡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에서 시작했던 방법론적 연구들........
어제 강랜 영구 정지를 하고 왔습니다.
시원섭섭하네요..
다시는 이곳에 게임을 하러 오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어쩌면 마지막 글이 될 거 같아서 제가 왜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결과가 어찌 되었는지와 그 외 저의 짧은 소견을 좀 적을까 합니다.
저는 조그만 중소기업의 사무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3년 전 겨울이었죠?
사북에 거래처에 출장을 갈 일이 있어서 평소에 스포츠토토 고스톱 포커 등 도박을 좋아하는 기질이라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죠?
부모님이 물려주신 아이큐 157의 좋은 머리만 믿고 건방지게 들어선 강원랜드.....
거래처 사장님께서 제가 맘에 든다고 사위 삼고 싶다고..
저는 결혼할 약혼자가 있다고....
거하게 한 잔하고 기분 좋게 일을 마치고 통 큰 사장님께서 일 처리 깔끔하게 처리해 줘서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주신 300만 원이 화근이 되었죠.
"박 군~~청주 내려가기 전에 심심하면 강원랜드나 가보라고~머리도 식힐 겸..."
아 그동안 제 신상은 말 안 했죠?
궁금해하시던 분들 많은데 전 청주 **동 살고요 이름은 박** 입니다.
암튼 그렇게 청주로 내려가려다 저희 회사 차장님께서 그냥 금요일이니까 출장하느라 피곤하니 그냥 월요일 출근하라고 하셔서 하루 더 묶고 간 곳이 강원랜드입니다.
첨엔 그냥 재미로 할 생각이었습니다.
첨엔 10만 원을 오천 원짜리로 바꾸어서 근데 이게 30만 원이 되니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어차피 공돈 받은 300을 10만 원 칩과 만 원칩으로 바꾸어서 공격적으로 배팅....
결과는 말 안 해도 아시죠...?
결국 그날 너무 열받아서 현금 인출... 200만... 총 5백을 날리고...
모텔로 왔습니다.
도저히 이대로는 못 가겠다 싶어 다음날 다시 강랜 또 그 다음날도 강랜....
금토일 밤까지 거래처 사장님이 주신 300을 포함 여자친구와 결혼하려고 모아둔 결혼자금 2천 정도를 날리고 사금융에서 1천을 끌어다 써서 총 3천 이상을 날렸습니다.
집에 오는 길이 멍하고 아무 말도 안 나오고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정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사회생활도 잘하고 남들한테 피해 안 주고 사람 좋다는 소리도 듣고 능력도 나름 인정받고 어려운 사람들도 많이 도와주고 봉사도 많이 하고 진짜 나름 정직하고 바르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정말 눈물이 핑 돌고 죽고 싶더군요....
제가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고 또 여자친구한테 거짓말을 하면 결혼하고도 제가 또 거짓말을 할까 봐 솔직히 다 말했습니다.
결국 사회에서 5년을 공들여 쌓아 놓은 좋은 이미지와 추억들 모두 물거품이 되고 여자친구는 여자 때리는 남자랑은 살 수 있어도 도박하는 사람은 절대 못 만나겠다고....그렇게 차이고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죠...
그렇게 한 일주일 멍 때리다가 정신을 차리고 잃은 돈은 큰 교훈 얻는데 지불했다 치고 열심히 일해서 벌어서 빚도 갚고 다시 열심히 살자... 그렇게 열심히 살면서 빛도 거의 다 갚았는데 제 여동생이 암에 걸린 거예요......
다행히 수술만 받으면 살 수 있다고 초기라 다행이라고 하지만 만만치 않는 수술 비용... 아 내가 그때 도박만 하지 않았더라면 정말 제 자신이 죽도록 미웠습니다.
그러다 동생 수술비로 또 대출을 받고 은행 대출 한도로는 병원비와 수술비 약 값만 하루 30만 원 이것을 다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고.. 이 사정을 딱하게 생각한 주위 분들의 도움과 사채를 또 다시 쓰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동생은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금융감독원에 들어가고 내년 봄에 결혼합니다.
지금은 건강하답니다.
하지만 도저히 사채 이자를 감당할 수도 없고 해서 결국 택한 게 다시 도박....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대신 정말로 철저히 계획을 세워서 욕심부리지 말고 절제하면서 치밀하게 소액으로 하자...
티끌 모아 태산이다 4천만 원만 만들면 진짜 영구 정지하자....
그렇게 해서 작년 봄부터 어제까지 주말마다 가기 시작했고 정말 철저히 준비해서 시작했어요.
첨엔 조금씩 따고 돈이 좀 모이면 약간만 더 올려서 같은 원리로 최대한 집중하자.
추석 연휴 여름휴가등 설 휴가 포함 총 18달 동안 261회 출입했네요..
결과는 첨에 하루 10시간 한 시간에 2만 원씩...
하루 20씩 따고 잘되면 시간당 3만 원~5만 원으로 해서 하자는 처음 계획으로 결국 그 시간당 모은 2~3만 원....
540일 하루 게임시간 10~12시간 약 5,400시간을 했네요..
결과는 경비 빼고 이것저것 빼고 그 동안 총 4,072만 원 승하고 어제 강랜 마지막 게임 38만 원 승하고 오늘 점심에 사채 빚 다 갚았습니다.
그 보잘것없었던 시간당 2~3만 원이 결국 제 목줄을 움켜쥐고 있던 올가미를 풀어주네요....
정말 인내하고 치밀하게 욕심 안 부리고 지키기로 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철저히 집중해서 하면 그나마 답이 조금 있나 봅니다.
18개월 결과로 이게 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냥 아무 계획 없이 강원랜드의 적은 디퍼런스 생각 안 하고 거액으로 진격하지 마시길 마지막으로 당부드립니다.
정말 철저히 계획하고 연구하고 그것을 또 그대로 지키고 욕심을 절제해도 될까 말까입니다.
그래도 단도를 못하시겠다면 정말 시간당 2~3만 원씩만 따고 멈추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3만 원씩 300여 시간을 하면 돈천만 원입니다.
하루 10시간 한다 치면 30일입니다.
30일 출입해서 돈 천만 원이면 결코 작지 않습니다.
깊이 생각해보세요.
자신들이 정말 아직도 고수라고 생각하고 들떠있지는 않는지....
저는 하수입니다.
왜?
도박에 고수는 없습니다.
제가 18개월 4천만 원 성공했다고 난 고수야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하수입니다.
아니 도박 앞에서 고수는 없습니다.
전 하수이기 때문에 단도를 결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비로소 저는 고수가 되었습니다.
단도를 결심하는 것 그 재미있는 도박의 중독에서 벗어나는 용기,, 영구 정지하면 다시는 못 옵니다.
그런데도 선택했습니다.
잘되고 있었지만 제 목적이 달성되었고 결국 영구 정지를 했습니다.
이것이 이제는 스스로를 고수라고 말할 수 있겠군요.
단도를 결심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고수의 반열에 오르는 마지막 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강원랜드는 가지 못하지만 형님들께 자주 연락도하고 서울도 자주 놀러가겠습니다.
힘든 상황에 처한 신분들...
너무 남에게 의지하지 마시고 저처럼 스스로를 믿고 이겨내십시오... 다 잘 되실 거예요.....
힘내세요..... 바람이 우리들을 흔들고 날려 버리려고 세차게 불지만 걱정 마세요.
우리가 바람인데... 무엇이 걱정입니까... 지금의 시련들 시원하게 날려버립시다.
우리가 바람입니다.
꼭 이겨내시고 단도 하시고 행복하세요~
------------- 끝 ----------------
뭐 타이밍상 이럴 때 하루쯤 쉬면서 노는 것도 정신 건강에 나쁘지 않기 때문에 오늘은 생바를 쉬도록 하겠습니다.
회원님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